입대 전 마지막을 여는 이야기 머리맡에 둔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. 친구 녀석의 전화였다. 그 녀석이 새벽부터 나를 깨워댄 건 보통의 이맘 때 남자들이 걱정하는 흔한 군대 얘기였다. 목소리에서 살짝 취기가 돌았지만 그 녀석은 무척이나 진지하려고 애를 쓰는듯 했다. 잠결이었던 나는 단잠을 포기한채 그 녀석의 말에 최대한 집중하려 했다. 두서없이 시작한 그 녀석의 얘기가 슬슬 지루해질 때 쯤 피로감이 내 몸을 다시 휘감았다. 대답만 해주다간 전화가 끊날 요량이 안 보여 통화의 주도권을 내가 뺏어버렸다. 너의 말도 이해하고 너의 맘도 이해하지만 그거 때문에 너무 우울해 할 필요는 없다는 식의 흔한 위로법이었다. 이십대의 초입을 들어서부터 남자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군대 얘기로 탈바꿈한다. "잘 지냈어?" 보다는 "군대 언제 가?" 정도의 .. 더보기 이전 1 2 3 4 ··· 10 다음